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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 알린 '아이 러브 김치 페스티벌'

한인 2세와 타인종에게 김치를 알리는 ‘아이 러브 김치 페스티벌’이 지난 25일 헌팅턴비치 한인교회(담임목사 김현석)에서 성황 속에 막을 내렸다.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주한인여성소사이어티(회장 실비아 백)는 지난 2021년부터 가주 김치의 날(11월 22일) 제정을 축하하고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아이 러브 김치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올해 네 번째로 마련한 아이 러브 김치 페스티벌은 미주한인여성소사이어티 산하 미주한인청소년소사이어티와 헌팅턴비치 교회가 함께 주최했다. 이 행사엔 타인종 한국전 참전용사와 재향군인을 포함한 오렌지카운티 주민 약 150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 한국 전통 음식의 정수인 김치의 맛을 널리 알렸다. 행사 참가자들은 음악 연주를 감상하며 김치의 효능과 다양한 종류의 김치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김치 담그기 체험은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함께 만든 겉절이에 수육을 곁들여 한식을 즐겼다.   가주 하원의원 재임 시 가주 김치의 날 제정을 주도한 최석호 전 의원은 축사에서 “김치는 한국의 전통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건강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열린 선거에서 가주 상원 37지구에 출마한 최 전 의원은 최근 승리를 선언했다.   아이 러브 김치 페스티벌은 미주한인여성소사이어티의 대표적 연례 행사다. 주최 측은 다양한 커뮤니티 단체들과 협력해 김치를 매개로 한국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미주한인여성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올해 행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소울 푸드인 김치가 지역 주민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환 기자페스티벌 한국 한국전 참전용사 한국 문화 정수인 김치

2024-11-28

“커뮤니티 합창단으로 한국 문화 알려”

LA서울코랄(단장 윤영석)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제75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오는 1일 오후 7시 LA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진정우 박사가 지휘를 맡고 소프라노 황혜정, 바리톤 김경태가 특별 출연한다.   LA서울코랄은 한인 이민사회에서 활동한 최초 합창단이다. 1960년대 말부터 한국성악계와 기악계 예술인들이 LA에 모여들었지만 설 무대가 없었다. 1974년 박재훈 박사가 나성서울코랄(현 LA서울코랄)을 창단하면서 성악 전공자 30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6대 지휘자인 한국교회음악계의 거장 김순세 장로에 이어 7대 김동현 지휘자로 넘어가면서 한인사회가 커지고 대형 교회 중심 음악회가 열리며 합창단 활동은 서서히 축소됐다. 1997년 진정우 박사가 지휘를 맡으며 LA서울코랄이 부활했다. 진박사는 “반주자 없이 단원 4명으로 다시 합창단을 시작했다”며 “개인합창단이 아닌 커뮤니티합창단으로 활동하는데 뜻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사이 합창단은 4개 성가 테이프와 1개의 CD를 제작했다. 1993년에는 타운교민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인물상’으로 선정됐다. 음악으로 타커뮤니티와 화합하고 다인종과 합동공연도 지속했다. 롱비치 카메라타 싱어스가 주최한 멀티컬처 콘서트, 애너하임 멀티컬쳐 페스티벌에도 한인단체로서 유일하게 초청돼 한국 문화를 알리는 문화 사절단 역할을 했다.     현재는 진정우 박사가 상임 지취자를 맡아 정기연주회, 찬양인도, 지역 순방 공연 등 매년 2~3차례 정기 및 특별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진박사는 “뜻깊은 50주년 기념 공연에 LA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30여명 성악가가 참여했다”며 “청중이 함께 부를 수 있는 한국가곡과 성가곡을 선곡했다.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의: (323)309-3368 이은영 기자커뮤니티 합창단 커뮤니티 합창단 합창단 활동 한국 문화

2024-11-28

38년 만에 언니와 상봉 앞둔 입양아 “한국 가서 가족 찾을 것”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다라 해넌(38) 씨는 생후 8주차에 미국으로 입양됐으며, 25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최근 '마이헤리티지(MyHeritage)'를 통해 친언니를 찾았고, 이번 방문은 언니와 만나기 위해서다. 친언니 하지원 씨는 벨기에로 입양되어 현재 그곳에 거주 중이다.    해넌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니와 자신 모두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13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38년 만에 처음 만나는 친언니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DNA 검사를 통해 언니가 먼저 ‘우리가 자매인 것 같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들었다. “반신반의했다. 6년 전에 DNA 검사를 의뢰했기 때문에 솔직히 잊고 있었다. '자매인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나눠보겠느냐'는 이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 5월 어느 평범한 목요일 아침, 출근 후 컴퓨터를 열고 이메일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 놀랐던 순간이었다.”   -언니와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5월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나. “휴대폰 메신저 앱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차가 6시간 정도 나서 조금 힘들었지만 괜찮았다. 전화도 하고 영상 통화도 자주 했다.”   -언니와 한국 방문 계획은 어떻게 세우게 되었나. “우리는 항상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했다. 언니의 직장과 가족, 그리고 내 일정 등을 고려해 10월로 결정했다. 한국의 여름이 덥고 습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결정 요인 중 하나였다 (웃음). 이번 방문이 우리에게는 매우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 13일 동안 머무를 계획이다.”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다른 직계 가족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 (어머니를 포함해) 더 많은 가족이 한국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정보와 제한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언니와 서로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매우 기뻐했다. 물론 나만큼 언니를 찾았다는 사실을 의심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걱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언니와 여러 차례 영상 통화를 했고, 그 화면을 캡처해 가족에게 보여줬다. 사진을 보니 너무 닮아서 ‘아, 너희 자매 맞구나’ 하며 웃었다.”   -미국에서 입양돼 자라온 과정은 어땠나. “내가 자란 곳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많은 입양된 사람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도 있었고, 부모님은 이를 막지 않으셨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셨다. 가끔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겼다가, 가끔은 전혀 관심이 없기도 했다.”   -생모에 대한 그리움이나 원망이 있었나. “한 번도 그리워한 적도, 원망한 적도 없다. 어머니가 나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나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었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어머니가 나를 낳았을 때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 같고, 그로 인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의 선택을 원망하지 않는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입양인터뷰 어머니 어머니 원망 현재 가족 한국 문화

2024-10-23

카를로스 프랑코 후보 "라티노·한인 잇는 시의원 될 터"

부에나파크 2지구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카를로스 프랑코(사진) 후보가 라티노와 한인 주민을 잇는 다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지난 2013년 출범한 부에나파크 자매도시위원회의 창립 멤버이며, 지난 8월까지 공동 위원장을 지낸 프랑코 후보는 “부에나파크의 다양한 커뮤니티, 특히 활기찬 한인과 라티노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상호 존중과 이해가 도시 번영의 열쇠”라고 말했다.   프랑코 후보는 자매도시위원회를 통해 부에나파크 고등학교와 성북구 학생들의 교환 방문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등 교류의 폭을 넓혀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지속적인 우정을 쌓을 기회를 제공했다며 “학생들이 한국의 또래들과 유대를 형성하는 것은 진정한 문화적 이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프랑코 후보는 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주민이 모여 전통 음식과 음악을 나누는 부에나파크 문화 축제 창설에 기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양성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며, 문화 축제는 한인과 라티노 등 모든 이를 하나로 묶을 완벽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인정받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부에나파크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랑코 후보는 라티노 유권자 비율이 47%에 달하는 2지구에서 최용덕 후보와 맞대결을 벌인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후보는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호세 카스타네다 전 시의원의 잔여 임기 2년 동안 재임하게 된다.   프랑코 후보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캠페인 웹사이트(VoteCarlosFranco.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의는 선거 사무실(714-743-4585)로 하면 된다.시의원 한인 2지구 시의원 프랑코 후보 한국 문화

2024-10-01

라구나로드 초교서 ‘한국 문화의 날’

풀러턴 교육구 학생과 가족, 주민들이 다양한 한국 문화를 만끽했다.   풀러턴 교육구(교육감 로버트 플렛카), LA한국교육원(원장 강전훈)은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과 함께 지난달 24일 라구나로드 초등학교에서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열었다.   주최 측은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학생들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상서고등학교, 경상여자고등학교, 동평중학교 등 대구광역시교육청 내 10개 중, 고등학교의 한국문화 특기생 20명으로 이루어진 방문단은 K-팝 댄스와 한국무용 공연, 올림머리와 메이크업 시연, 한복 체험, 한글 캘리그래피 시연 등을 선보였다.   플렛카 교육감은 이번 가을 학기부터 교육구에 K-팝 프로그램이 새롭게 도입된다며 〈본지 6월 27일자 A-12면〉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번 행사가 더욱 뜻 깊다. 방학 중에 학생과 가족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나와 함께 즐기니 더 좋은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 교육감은 “이번 행사를 통해 LA한국교육원, 풀러턴 교육구와 협업해 국제교류 활성화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의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어우러지는 국제 교류와 소통의 기회를 늘려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초교 한국 한국문화 특기생 한국 문화 한국무용 공연

2024-07-31

OC전력국 한국 밴드 후원…프레드 정, 태미 김 주도

OC전력국(OCPA)이 한국의 에스닉 퓨전 밴드 ‘두 번째 달’의 공연을 후원해 눈길을 모았다.   OCPA는 두 번째 달의 콘서트를 위해 4000달러를 후원했다. OCPA가 오렌지카운티 내 한인이 아닌, 한국의 뮤지션 공연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후원 결정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프레드 정 풀러턴 부시장과 이사로 활약 중인 태미 김 어바인 시의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달은 지난 14일 풀러턴의 머캔탈러 문화센터 앰피시어터에서 가진 공연에서 한국의 판소리와 아일랜드를 포함한 서양의 민속 음악을 융합한 독특한 공연을 선보였다. 7인조로 구성된 두 번째 달은 2005년 첫 앨범을 발매했으며, 이후 ‘아일랜드’와 ‘궁’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와 광고 음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공연장을 찾아가 두 번째 달 밴드를 격려한 정 부시장은 “두 번째 달을 우리 공동체에 초대한 것에 기쁨을 느낀다. 이 행사는 우리의 풍요로운 문화 유산과 오렌지카운티의 필수적인 요소인 활기찬 한인 커뮤니티를 보여주는 것이다. OCPA의 후원은 단순히 콘서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김 시의원도 “한국 문화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문화적 뿌리를 축하하는 것 외에 타인종 주민이 한국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도록 촉진하는 효과도 거둘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상환 기자전력국 한국 oc전력국 한국 한국 문화 후원 결정

2024-04-18

“한국 문화 체험 기대됩니다”

브레아 고등학교 학생 8명과 한국어 담당 윤세라 교사, 브레아-코리아 자매도시협회(회장 박호엘) 관계자 4명 등은 자매도시 안성과 우정의 도시 남양주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LA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학생 방문단은 8박9일 일정으로 한국을 돌아본다. 안성 시에선 주말을 이용해 현지 호스트 가정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 학생들과 교류한다. 특히 1일(현지시간)엔 안성 시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 한국 방문 소감을 공유했다. 김보라 안성 시장은 자매도시협회 자틴더 싱 이사에게 명예 시민증을 수여했다.   학생 방문단은 남양주와 서울의 관광 명소도 돌아보고 귀국할 예정이다.   박호엘 회장은 “학생들이 한국 문화 체험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번 방문이 브레아와 안성, 남양주 학생들 간의 문화 교류와 지자체들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레아 시는 지난 2011년 안성 시와 자매 결연을 맺은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관내 학생 상호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20년 남양주 시와 우정의 도시 결연 협약을 체결하고 활발한 교류에 나서고 있다.한국 문화 한국 문화 한국 학생들 한국어 담당

2024-04-01

[우리말 바루기] 깃발을 ‘꼽을까’ ‘꽂을까’

한국 문화의 힘이 커지며 각종 분야에서 반가운 소식이 쏟아졌다. “미국 대륙의 절반에 ‘K치킨’이 깃발을 꼽았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에 ‘K패션’의 깃발이 꽂혔다” 등과 같은 기사가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어떤 분야를 개척했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이처럼 ‘깃발을 꼽다/꽂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쓰러지거나 빠지지 않게 박아 세우거나 끼운다는 걸 의미하는 단어로 ‘꼽다’를 써야 할지, ‘꽂다’를 써야 할지 참으로 아리송하다.   ‘꼽다’와 ‘꽂다’는 생김새가 비슷해 이처럼 헷갈려 쓰기 쉬운 단어다. 박아 세우거나 거꾸로 박히게 하는 걸 나타낼 때 ‘꼽다’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꽂다’고 해야 바르다. ‘꽂다’는 박아 세운다는 의미 외에도 “그는 들려오는 목소리의 방향을 겨냥해 시선을 꽂았다”에서와 같이 ‘시선 등을 한곳에 고정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꼽다’는 “생일이 며칠 남았는지 손가락을 꼽아 보렴”에서처럼 ‘수나 날짜를 세려고 손가락을 하나씩 헤아리다’, “유명 시사주간지에서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에서와 같이 ‘골라서 지목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미국 대륙의 절반에 ‘K치킨’이 깃발을 꼽았다”는 ‘꽂았다’고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된다. 우리말 바루기 깃발 세계 패션 한국 문화 유명 시사주간지

2024-03-25

[문예마당] 내 고향은 어디인가

한국 체류 중이던 지난해 10월 미국에 사는 5명의 친지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중 3명은 여행사 단체여행 상품으로 왔다가 개인 시간을 보낸 후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모두 가깝게 지내는 분들인데 하필 그때 발가락을 다쳐 뉴욕에서 온 친구 한 명만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미국서 함께 살다 한국에서 만나면 더 반갑고 새로운 느낌이었을 텐데 전화 통화만 한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기도 했다.         LA로 돌아온 후 그중 한 명을 만났더니 “한국은 타향이니 이제 고향인 LA에서 만나야죠”라고 말한다. 그 말에서 ‘옛 친지가 그리워 한국을 찾았지만 반기는 사람 하나 없고 낯선 도시만 헤매다 왔다’는 아쉬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대학 졸업 직후 유학을 왔거나 유학생 배우자를 따라왔으니 반세기 훌쩍 넘게 고국을 떠나 살았다. 한국에서 산 날보다 미국에서 지낸 세월이 훨씬 더 길다. 이젠 미국이 제2의 조국이라 생각하고 살지만 아련한 향수에 잊지 않고 고국을 찾는 분들이다.     남편은 얼마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자주 한국을 찾는다. 그런데도 친지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없으면 섭섭한 마음이 든다. 나만 기다리고 있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는데 불쑥 나타나서 내 자리를 찾으려는 것은 무리다. 앞으로는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친지에게만 귀국 소식을 알려야겠다.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 이주를 고려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민 와 고생하다가 애들도 다 커서 독립했고, 형제자매가 있는 한국서 살고 싶다”, “늘 마음속으론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았죠”, “한국적인 문화가 더 친숙한 것 같아요” 등 이유도 다양하다. 한마디로 고향이 그립기 때문일 게다.  대체 고향이 뭐길래!   오랜 세월 미국에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소위 ‘미국물’이 든다. 오랜만에 돌아가면 한국은 말이 잘 통하는 또 다른 외국일 수 있다. 달라진 한국 문화나 생활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 미국생활을 청산해서 한국에 들어와 살기 힘들 정도로 한국의 주택가격과 물가가 올랐다. 어쨌든 목표가 뚜렷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지인 중에는 “미국과 한국, 어디가 더 살기 좋아요?” 라고 묻는 분들이 있다. 이 물음에 나는 “한국에 가면 한국이 좋고, 미국에 오면 미국이 좋다”고 답한다. 공연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남편은 한국에 살고, 애들은 미국에 살기 때문에 내 마음에는 미국과 한국이 늘 함께 자리 잡고 있다.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라는데 그러면 내 고향은 어디인가?       타국 땅에 수십 년을 살아도 한국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음속에 ‘내 나라가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확실한 답을 내기가 어려울 정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지금 한국에 가도 모두 낯선 풍경으로 바뀌어 기억 속의 옛 모습은 다 사라졌다. 마음에 품고 있는 나라보다는 세월이 갈수록 내 몸이 머무는 땅이 우리나라가 된다.       한국은 ‘우리나라’라는 의미보다는 고향이라는 의미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살아갈 땅이 미국이라면, 한국은 나의 고향이다. 고향인 한국이 잘되고, 살고 있는 나라도 잘되는 것, 그것이 이민자가 품고 있는 이중적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LA에 ‘hi-5’ 라는 5명의 친구 모임이 있다.  전부터 인연이 있거나 새로 알게 된 친구들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직도 LA 한인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지만 한번 만나면 몇 시간이고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좋은 친구들이다.     미국에 ‘hi-5’가 있다면 한국에는 역시 5명의 친구 모임인 ‘오색회’가 있다. 학연으로 어려서부터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더니 내가 외국에 나가 사는 동안 그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듯해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중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빨리 연락 못 해서 미안해. 내가 많이 아팠고 서로 시간을 맞추느라고 이제야 만나자고 연락한다.”     서운했던 마음이 스르르 봄눈 녹듯 사라졌다.  5명이 모두 모였다. 한 명은 침대에서 떨어졌다며 가슴 둘레에 거북이 등 같은 보장구를 하고 나왔고, 또 한 명은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귀가 잘 안 들려 큰 소리로 말해야만 소통이 되는 친구도 있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왈칵 눈물이 차오르는 걸 참으며 보장구를 착용한 친구에게 “야, 너 검투사 같다”며 웃어버렸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나를 만나려고 나와 준 친구들이 너무 고마워 귀갓길 전철 속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았다.     서양 속담에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된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고려 말 길재는 500년 도읍지 개경을 둘러보고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라고 탄식했다. 오늘날 한국은 아파트와 빌딩 숲으로 변해 옛 모습은 사라졌으나 옛 친구들은 여전하다. ‘산천은 간데없고 인걸은 의구하네’라는 생각을 한다. 오랜 친구들이 나를 변함없이 반겨 주는 곳, 그곳이 내게는 고향이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고향 고향인 한국 친지가 한국 한국 문화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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